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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학적] [예민함] [겁쟁이]
여전한 자학의 대명사. 과할 정도로 매사에 예민하고 겁이 많아졌다. 적어도 옛날과 달라진 좋은 점 하나는 권태로움이 사라졌다는 것. 오히려 이젠 본인만의 신념과 생각들이 전부 나름대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그 신념들이 전부 썩다 못해 곪아버린 질 나쁜 사념뿐이라는 것. 어떻게 해야 자신을 더 감출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자신이 밑바닥에서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 대부분은 생존과 엇비슷한 문제들이다. 시대적인 공포에 한계까지 몰아넣어져 지쳐버릴 대로 지친 것인지 이제 권력자들에게 순응한 듯 체념했다. 기본적인 행동양식은 성숙해졌다 한들 정신은 아직 여리고 미숙하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봤었던 그 지친 모습에서 더 미성숙해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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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러스 / 유니콘의 털 / 28cm
졸업 이후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선물하신 지팡이이다. 화려했던 예전의 지팡이와는 다르게 투박한 나뭇가지와 비슷하다. 희한하게도 이 지팡이를 받은 날 이후로 원래 쓰던 지팡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 지팡이와는 달리 익숙해지기 쉬운 친구이다. 지팡이 자체는 유연하며 마법을 부리는 모양새도 부드럽다. 평상시에잘은 쓰지 않지만, 필요할 땐 역시 마법사답게 요긴하게 쓰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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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클레어
- 이름 모를 숲 속, 아는 사람만이 도착할 수 있다는 저택에 여전히 살고 있다. 숲 안쪽에 저택과 이어지는 길목엔 더는 들어오지 말라는 표지판과 가시덩굴 등 이전보다 경계가 더 삼엄해졌고 그런데도 안쪽으로 들어오려 한다면 고막을 찢는 비명이 숲 안에서 울리는 마법이 걸려있다. 전부 아론의 작품이다.
- 어머니와 아론. 가족 구성원은 딱 2명. 졸업 이후로 모계 성씨를 따르기로 했다. 아버지인 아이나르 쪽과는 완전히 연락 두절이 되었다. 다만 아버지에 대한 애착은 여전히 남아있는 건지 보내지 못한 수 십 통의 편지만 책상 서랍에 있다. 어머니의 성씨를 물려받곤 쥐 죽은 듯이 살기 시작했으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밖에 나가게 되어도 한밤중에 로브까지 푹 눌러쓴 채 녹턴 앨리를 배회하는 것뿐이다.
- 긴 시간 동안 바뀐 것 없이 저택 근처에서 공동묘지를 지킨다고 한다. 말이 지키는 것이지 하릴없이 묘지 근처에서 이루어지는 뒷거래 현장의 망을 보는 일이 대부분이다. 또는 사람들의 발길이 대부분 끊긴 공동묘지인지라 이따금 무덤 빈자리에 꽃을 두는 일까지 하고 있다. 또한 잊을만하면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녹턴 앨리에서 불법으로 거래되는 품목들을 가져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그마저도 어머니로 변하는 폴리주스를 마신 채로― 시대가 이렇다 보니 외부인이 보기엔 중립에 가까워 보이는 이종족의 어머니가 암시장의 큰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정작 본인은 자신이 어떤 물건을 지금까지 옮겼는지는 모른다. 이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 주변인
엘자 스칼렛 베클레어, 아론의 어머니
- 동유럽 루마니아 출생의 뱀파이어이자 아론의 어머니. 몇십 년이 지나도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매번 녹턴 앨리에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처럼 암시장의 브로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그의 종족뿐만이 아닌 대단하고 뻔뻔한 입담 실력과 빠른 상황 대처 능력이 한몫했다. 그사이에 벌어들인 돈도 많았으며 자연스레 아론 또한 자본이 풍족해졌지만, 소비에 대해 흥미가 전혀 없는지 쓰는 모습을 엘자의 말론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엘자 또한 성격상 유흥을 즐길 것으로 보이지만, 뜻밖에 식비를 제외하곤 빠져나가는 돈이 없다고 한다. 즉, 거래 현장을 제외하곤 둘 다 외부에서 모습을 보이는 일이 매우 드물다.
◆ 외관
-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졸업 때 마지막으로 보던 그때의 얼굴 그대로이다. 얼굴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해도 무관하다. 더 야위고 더 창백해지고 더는 평범한 인간과는 가까워 보이지 않은 모양새. 머리도 십여 년간 자르지도 않고 기른지라 어느새 땅을 쓸 것 같은 길이이다. 아버지를 닮아 머리칼이 얇아서 쉽게 엉킬 법도 한데 보기엔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손으로 만지면 미끄러지듯 찰랑거린다. 어머니가 늘상 빗으로 빗겨주신 덕분이다.
◆ 바라보는 시각
- 뱀파이어인 어머니와는 다르게 더 차별에 노출되어 있었다. 미물 주제에 마법사와 같은 동급이 되려고 했다는 점에서 뒷세계에서 차별주의자 순혈인들에게 몰매 맞는 일이 잦았다. 그도 그럴게 결국엔 마법사의 피를 내려받은 것은 머글인 아버지 쪽이었으므로 그들 눈에는 머글본 마법사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또는 뱀파이어의 혼혈이라서 더 혐오스러웠을지도.― 하지만 우습게도 몇십 년간 짐승처럼 지내다 보니 사람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는 법이다. 하지만 아론의 그리움은 세상의 부조리를 깨뜨리겠다는 다짐으로 변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향한 동경으로 변했다. 모든 것에 구애 없이 자유롭게 누리는 순혈 마법사에 대한 동경. 아론은 그 근처. 아니, 그들의 발밑에 얹혀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이따위의 자존감으로 단장 자리에 서게 된 것도 그 이유였다. 전쟁에 승리하면 그들과 똑같은 자리에 서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덥석 받아들이게 된 것. 이러니저러니 해도 비참하게 죽을 운명은 같았으니 더 나은 쪽으로 고른 아론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 그 외
- 1970년 12월 22일생, 밤이 제일 깊었고, 춥고, 한없이 어두웠던 날이었다. 탄생화는 백일홍.
- 예전부터 따라다녔던 흰색까마귀를 항상 데리고 다니진 않지만, 드물게 나타나 아론 곁에 있어 준다. 이름을 고민 끝에 지어준 것 같은데, 정말 단순하게 제 이름인 `아론` 으로 지어주었다고 한다.
- 그동안 유일하게 만났던 새로운 친구가 숲 속에 사는 절지류의 동물들인데, 로브 안쪽이나 어깨 견장 아래에 숨어서 기어 내려오기도 한다. 거미, 지네, 전갈 할 것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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